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영화
연인과 이별한 주인공 찰리는 음식으로 마음을 달래며 거구의 몸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는 혼자서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그의 친구이자 간호사인 리즈가 집에 방문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숨이 가빠지는 순간이 잦아지며, 그는 언제 병원에 실려 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느 날 그의 집으로 선도사인 토마스가 방문하게 되고 찰리는 그에게 전부터 듣고 싶었다며 어떤 글을 읽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리즈는 심각한 그의 건강 상태를 보고 병원에 가야 한다며 설득하지만, 그는 병원에 가는 대신 오랫동안 왕래가 끊겼던 친딸 앨리에게 연락하게 됩니다. 사춘기 소녀인 앨리는 오랜만에 만난 아빠에게 자신과 엄마를 떠난 뒤 왜 이제서야 연락했냐며 신경질을 냅니다. 찰리는 과거에 강의하던 대학에서 만난 제자와 새로운 감정에 빠져 원래의 가정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거구의 몸으로 자기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의 집에는 과거 연인이었던 앨런의 짐이 그대로 보존된 방이 있습니다. 사실 앨런은 스스로 인생을 정리하게 되었고, 그 이후 찰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지금의 상태가 된 것입니다. 자신을 꾸준히 만나러 와서 에세이 작성과 관련된 조언을 받으면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주겠다는 찰리의 말에 앨리는 투덜대면서도 아빠의 집을 계속 방문합니다. 어느 날 앨리는 찰리가 잠이 든 사이, 선교사인 토마스가 교회에서 어떤 사건을 일으킨 뒤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앨리는 토마스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교회에 연락해 이 사실을 알립니다. 또한 앨리는 자신에 페이스북에 아빠의 사진을 올리며 비웃는 글귀를 작성해 업로드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지속합니다. 리즈는 찰리의 집으로 그의 전처인 메리를 부르고, 메리는 그동안 남편인 찰리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았음을 토로하면서도 미안함에 울고 있는 찰리를 위로해 줍니다. 찰리는 딸의 사춘기다운 행동을 지적하는 메리에게 앨리는 누구보다 훌륭하고 잘 자란 아이라며 대답합니다. 아빠가 써준 에세이로 낮은 점수를 받은 앨리는 집에 찾아와 온갖 짜증을 내지만, 찰리는 에세이를 다시 잘 읽어보라고 말합니다. 그곳엔 자신이 어렸을 때 소설 ‘모비딕’을 읽고 작성했던 에세이가 적혀 있었습니다. 점점 숨이 희미해지는 그는 앨리에게 자신을 위해 에세이를 낭독해 달라하고, 그녀의 낭독이 끝날 때쯤 커다란 찰리의 몸이 두둥실 떠오릅니다.
브랜든 프레이저의 압도적인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
이 영화는 주인공인 찰리 역의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작품 내내 그가 한계점에 도달할 때마다 읽곤 했던 감상문이 사실은 딸 앨리가 어린 시절 작성한 글이었음이 후반부에 밝혀지면서 애잔한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앨리는 자신을 떠났던 아버지가 아플 때마다 자신이 쓴 글을 보며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말이 가까워지는 순간에 딸이 읽어주는 ‘모비딕’의 감상문을 들으며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딸 앨리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그의 결말과 동시에 구원받는 듯한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 강의를 진행할 때 학생들에게 항상 솔직한 글을 쓰라고 강조합니다. 엘리에게도 자기 생각이 글에 담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글에 자기 생각을 온전히 담는 것은 나를 보여주는 용기가 필요한 작업입니다. 찰리가 앨리의 모비딕 감상문을 소중히 여겼던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낸 글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 가정을 버리고 떠난 그가 안 좋게 보이기도 했지만, 떠나간 연인과 현재는 혼재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신의 과거 행동을 반성하는 과정 중의 하나는 음식을 먹는 일도 포함되는 듯합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데 드라마 장르나 섬세한 심리 묘사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브랜든 프레이저와 많이 닮은 듯한 영화
찰리 역의 브랜든 프레이저는 1990년대와 2000년대 활발히 활동하던 영화배우 입니다. 그가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영화 '미이라' 시리즈가 성공적인 흥행을 거둔 시점부터입니다. 오랫동안 액션 영화를 촬영하면서 신체 부상이 많아서 몇 년간 치료하면서 회복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합니다. 액션 영화 이외에도 코미디,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선보이며 좋은 평가를 받은 배우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건강 문제와 결혼 생활 실패로 인해 한동안 작품 활동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젊고 활발했던 전성기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최근 모습이 화제를 끌기도 했으며, 한동안 그의 사진으로 만든 밈이 생성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결혼 생활을 끝내고 상당한 금액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했던 속사정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더 웨일'의 상영 직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많은 사람의 기립 박수를 받았었는데, 당시 브랜든 프레이저는 감동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분장상을 받았습니다. 크리틱스 초이스에서도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브랜든은 영화를 촬영할 당시 거구인 찰리로 변신하기 위해 매일 4시간 정도의 분장을 소화했다고 합니다.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렬한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섬세한 그의 심리 연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앞으로 다양한 영화에서 다시 그를 만나길 희망합니다.